보도자료
IMAGINE | 최재천 교수에게 ‘다양성’을 묻다
푸른 곰팡이에서 유래한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한 ‘아스피린’, 주목 나무에서 발견한 최초의 식물 유래 항암물질 ‘탁솔’. 인류 최초 의약품은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에서 출발했습니다.
평생 자연을 관찰하며 동물과 자연의 생태에서 발견한 통찰을 제시해 온 최재천 교수님과 다양성(Diversity)을 중심으로 바이오 제약 업계의 내일을 짚어봤습니다.
1. 역사적으로 인류는 자연에서 의약품을 찾아왔습니다.
생물 다양성은 의약품 개발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을까요?
생물 다양성과 의약품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투여하고, 복용하는 의약품은 태초에 자연에서 오는 것들을 합성하거나, 변형시킨 형태라고 볼 수 있거든요.
제가 1990년대에 학자로서 첫 연구비 신청을 하던 순간에 전화기를 붙들고 한 말이 있어요. "글로벌 제약사는 지금 열대 지역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 거기에서 우리가 여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물질을 찾기 위해서다. 우리도 연구를 위해 열대로 가야한다."
열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잖아요. 열대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그 많은 연구진들이 다 모여 드는 거죠. 저는 그게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생물 다양성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현상이 우리 일상과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칠 영향이 무엇일까요?
닭의 조상을 찾아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기르는 닭들은 거의 한 품종이거든요. 만약 닭이 조류 독감처럼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상상하면 어떻게 될까요? 메추리알이나 타조알을 먹어야 될 테고, 아마 우리가 지금 소비하고 있는 계란 공급량을 맞추기 힘들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잃어버린 닭’을 찾기 위해 닭의 조상을 찾아가야 되는 거죠.
다행히 닭의 조상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정글 속에 ‘정글 파울(Junglefowl)’이라는 종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정글 파울이 멸종 위기에 놓였어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는 일상에서 계란으로 만든 빵도, 과자도 못 먹게 될 수 있겠습니다.
생물 다양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는 일도 있지만, 존재하는 생물을 보호해야 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그게 그렇게 쉽게 사라질까?’ 하겠지만 지금 다양한 생물 종이 사라지는 속도를 보면 제약·바이오 산업도 타격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모든 건 다 기본적으로 자연에서 오는 거고, 어떤 산업도 그 영향력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으니까요.
3. 생물 다양성의 문제를 다양성 전반의 문제로 확장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기업과 개인이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의약품을 잘 제조할 수 있느냐 문제도 있을 테고, 호모 사피엔스로서 인간 다양성을 얼마나 잘 추구 하느냐의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사회의 많은 공동체가 다양성의 중요성을 설파하지만,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근본적으로 다양성을 역행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를 하는 건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 아니라 한 목소리로 통일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질서정연하고 일사불란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렇죠.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다양성을 줄이는 일이거든요.
물론 기업과 같은 공동체에서 다양성을 무조건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일하다 보면 ‘좋다’는 느낌이 단시간에 들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죠. 교단에도 MZ세대가 교수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평생을 다양성을 연구하고 통섭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으면서도요.
그러나 이게 현실입니다.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인정해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심하고 다양성을 추구해야만 창의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품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조직만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4.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생명 또는 삶의 다양성이 지닌 ‘가능성’이란 무엇인가요?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생명과학 분야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제가 과학자인데도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는 그닥 흥미를 느끼지 않는데, 거의 유일하게 열심히 보는게 쥬라기 공원 시리즈입니다. 영화에서 이안 말콤이라는 수학자가 그런 말을 해요. ‘생명은 결국 길을 찾는다. (But life finds a way).’
이안 말콤의 말처럼 자연(=생명)은 언제나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일을 만들며 진화해왔습니다. 그게 바로 가능성이죠. 진화의 역사를 살펴 보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져?’ 라고 생각할만한 수많은 가능성들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확률이었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작은 변화들이 반복적으로 쌓이면서 어마어마한 결과를 만드는 거에요.
집 청소에 한 번 비유해 볼까요. 한 달에 1mm의 먼지가 쌓인다고 가정해보면, 1년이면 쌓인 먼지의 양은 1.2cm입니다. 10년이면 12cm, 100년이면 120cm, 200년이면 240cm의 먼지가 쌓이는 거에요. 그러니까 200년이면 우리는 다 먼지에 파묻히는 셈이에요. 작은 변화가 쌓이면 엄청난 겁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이 가능해지는 건 자연에서는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죠. 그래서 진화의 역사에는 불가능이라는 건 거의 없어요.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결정적인 바탕에는 다양성이 있습니다. 모든 게 똑같으면 변화가 일어나지 못하잖아요. 자연에는 충분한 변이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그 변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성이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자연의 가능성은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거에요. 다양성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인간 세상에서도 충분한 답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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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식 보도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푸른 곰팡이에서 유래한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한 ‘아스피린’, 주목 나무에서 발견한 최초의 식물 유래 항암물질 ‘탁솔’. 인류 최초 의약품은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에서 출발했습니다.
평생 자연을 관찰하며 동물과 자연의 생태에서 발견한 통찰을 제시해 온 최재천 교수님과 다양성(Diversity)을 중심으로 바이오 제약 업계의 내일을 짚어봤습니다.
1. 역사적으로 인류는 자연에서 의약품을 찾아왔습니다. 생물 다양성은 의약품 개발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을까요?
생물 다양성과 의약품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투여하고, 복용하는 의약품은 태초에 자연에서 오는 것들을 합성하거나, 변형시킨 형태라고 볼 수 있거든요.
제가 1990년대에 학자로서 첫 연구비 신청을 하던 순간에 전화기를 붙들고 한 말이 있어요. "글로벌 제약사는 지금 열대 지역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 거기에서 우리가 여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물질을 찾기 위해서다. 우리도 연구를 위해 열대로 가야한다."
열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잖아요. 열대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그 많은 연구진들이 다 모여 드는 거죠. 저는 그게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생물 다양성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현상이 우리 일상과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칠 영향이 무엇일까요?
닭의 조상을 찾아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기르는 닭들은 거의 한 품종이거든요. 만약 닭이 조류 독감처럼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상상하면 어떻게 될까요? 메추리알이나 타조알을 먹어야 될 테고, 아마 우리가 지금 소비하고 있는 계란 공급량을 맞추기 힘들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잃어버린 닭’을 찾기 위해 닭의 조상을 찾아가야 되는 거죠.
다행히 닭의 조상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정글 속에 ‘정글 파울(Junglefowl)’이라는 종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정글 파울이 멸종 위기에 놓였어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는 일상에서 계란으로 만든 빵도, 과자도 못 먹게 될 수 있겠습니다.
생물 다양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는 일도 있지만, 존재하는 생물을 보호해야 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그게 그렇게 쉽게 사라질까?’ 하겠지만 지금 다양한 생물 종이 사라지는 속도를 보면 제약·바이오 산업도 타격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모든 건 다 기본적으로 자연에서 오는 거고, 어떤 산업도 그 영향력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으니까요.
3. 생물 다양성의 문제를 다양성 전반의 문제로 확장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기업과 개인이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의약품을 잘 제조할 수 있느냐 문제도 있을 테고, 호모 사피엔스로서 인간 다양성을 얼마나 잘 추구 하느냐의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사회의 많은 공동체가 다양성의 중요성을 설파하지만,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근본적으로 다양성을 역행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를 하는 건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 아니라 한 목소리로 통일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질서정연하고 일사불란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렇죠.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다양성을 줄이는 일이거든요.
물론 기업과 같은 공동체에서 다양성을 무조건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일하다 보면 ‘좋다’는 느낌이 단시간에 들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죠. 교단에도 MZ세대가 교수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평생을 다양성을 연구하고 통섭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으면서도요.
그러나 이게 현실입니다.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인정해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심하고 다양성을 추구해야만 창의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품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조직만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4.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생명 또는 삶의 다양성이 지닌 ‘가능성’이란 무엇인가요?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생명과학 분야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제가 과학자인데도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는 그닥 흥미를 느끼지 않는데, 거의 유일하게 열심히 보는게 쥬라기 공원 시리즈입니다. 영화에서 이안 말콤이라는 수학자가 그런 말을 해요. ‘생명은 결국 길을 찾는다. (But life finds a way).’
이안 말콤의 말처럼 자연(=생명)은 언제나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일을 만들며 진화해왔습니다. 그게 바로 가능성이죠. 진화의 역사를 살펴 보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져?’ 라고 생각할만한 수많은 가능성들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확률이었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작은 변화들이 반복적으로 쌓이면서 어마어마한 결과를 만드는 거에요.
집 청소에 한 번 비유해 볼까요. 한 달에 1mm의 먼지가 쌓인다고 가정해보면, 1년이면 쌓인 먼지의 양은 1.2cm입니다. 10년이면 12cm, 100년이면 120cm, 200년이면 240cm의 먼지가 쌓이는 거에요. 그러니까 200년이면 우리는 다 먼지에 파묻히는 셈이에요. 작은 변화가 쌓이면 엄청난 겁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이 가능해지는 건 자연에서는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죠. 그래서 진화의 역사에는 불가능이라는 건 거의 없어요.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결정적인 바탕에는 다양성이 있습니다. 모든 게 똑같으면 변화가 일어나지 못하잖아요. 자연에는 충분한 변이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그 변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성이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자연의 가능성은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거에요. 다양성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인간 세상에서도 충분한 답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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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식 보도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